지금 반도체 주가는 회사별 차이는 있지만 고점 대비 50~70%까지 떨어진 종목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 반 전, 혹은 지난 5년 이상 유지해왔던 주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이상 오른 종목도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 영업이익 역시 10배, 20배씩 증가한 기업들이 있죠.
사실 저는 주식 투자를 잘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지금보다 훨씬 낮은 주가에서도 "이건 거품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고,
테슬라 역시 거품이라고 생각했다가 큰 투자 기회를 놓친 경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반도체 주가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 주가가 과도하게 빠졌다기보다 이전의 상승폭이 지나치게 컸던 것 아닌가 하는 쪽입니다.
현재의 PBR이나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지금 주가가 굉장히 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예전부터 영업이익에 단순 비례해서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산업은 아니었습니다.
S사 고위 관계자가 "반도체는 많이 벌어도 번 돈을 다시 투자해야 하는 산업이라 성과급을 크게 주기 어렵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반도체 산업의 본질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호남 반도체 섹터에 1,000조 투자할 거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오히려 반도체 주가가 조정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 역시 그런 뉴스가 쏟아지는 시점을 하나의 매도 신호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이익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그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투자를 계속해야 하느냐 입니다.
AI 돌풍 이전에도 분기 10조 원을 벌면 역대 최대 실적으로 평가 받던 회사들이 연간 20~30조 원 규모의 팹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분기 100조 원을 버는 시점에 그 회사가 여전히 연간 20~30조 원 정도만 투자하면서 산업 내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영업이익이 10배 증가한 만큼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기 100조 원을 벌면 연간 200~300조 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사이클 산업입니다. 호황기에 이익이 10배 커졌다고 해서 그 이익이 영구적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반대로 대규모 투자가 집행 된 상태에서 다운턴이 온다면, 과거 분기당 수조 원 수준이었던 영업 손실이 훨씬 더 큰 규모로 확대 될 리스크 역시
함께 가져가야 합니다.
결국 사이클의 위쪽이 커진 만큼 아래쪽의 위험도 같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입니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AI와 메모리 수요를 2년 전에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지금은 반도체가 싸다며 영업이익과 밸류에이션을 이야기하는 투자 전문가나 유튜버들이 많지만, 불과 2년 전 삼성이 HBM 경쟁에서 밀리고 파운드리 사업이 부진할 때만 해도 "삼성 반도체가 위험하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만큼 반도체, 특히 메모리 산업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메모리 산업은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빅테크 고객들의 투자와 구매 정책에 엄청난 영향을 받습니다.
지금은 공급이 부족하니 메모리 업체들이 이른바 '슈퍼 을'의 위치에 올라섰지만, 빅테크의 AI 투자 방향이나 정책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미래 수요 전망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산업입니다. 물론 LTA로 그 위험을 어느정도 헷지 했지만, LTA가 발동 될 정도라면 미래 수요를 예측해서 공격적으로 투자한 금액마저 보상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되면 메모리 3사 + 중국의 업체들은 서로가 앞다퉈서 빅테크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고 경쟁적으로 나설겁니다. 왜냐면 그 순간에도 끊임없이 웨이퍼는 쏟아지니까요.
저는 오히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한두 해에 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가격과 수요를 바탕으로 매년 10% 안팎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그에 맞춰 투자를 늘려가는 구조 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에서 지금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인 팹 증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과거에는 낮은 수익성과 막대한 투자비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졌던 중국 메모리 업체들까지 이번 호황을 통해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본격적인 플레이어로 성장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공급 측면의 경쟁 역시 훨씬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지금 반도체 주식을 보면서 과거처럼 "20만 원에 사서 280만 원까지 가는" 식의 초대형 수익 구간이 다시 쉽게 나올 상황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저 역시 주식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도 아니고, 과거에도 고평가라고 판단했다가 큰 상승을 놓친 경험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반도체 투자는 예전처럼 단순히 "실적이 좋으니 더 오른다" 라고 접근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앞으로는 좋은 실적이 나와도 주가는 기대감 때문에 먼저 올랐다가 다시 빠지고, 공급이나 투자 뉴스 하나에 크게 출렁이는 긴 박스권 장세가 시작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작년과 올해 초 반도체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얻으신 분들은 정말 축하드립니다.
반대로 지금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신규 진입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단순히 "고점 대비 몇 % 빠졌다", "PBR이 낮아졌다",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다"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현재의 이익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그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투자가 필요한 산업인지 도 한번 같이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고점에 매수해 현재 반토막 이상의 손실을 보고 계신 분들이라면 무조건적인 존버나 물타기보다는, 향후 업황과 본인의 투자 여력을 냉정하게 판단하면서 박스권에서 비중을 조절해 손실을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입니다.
지금 반도체 주가가 싸냐 비싸냐를 판단할 때 현재의 영업이익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막대한 이익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지, 그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CAPEX가 얼마나 커질지, 공급 확대가 다음 다운턴에서 어떤 부담으로 돌아올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반도체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할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많이 떨어졌으니 싸다"와 "이익이 많이 늘었으니 싸다"는 논리만으로 접근하기에는 지금의 반도체 산업이 짊어지고 있는 투자 규모와 사이클 리스크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주가 예측은 아무도 못 함.
중립 관점보유 여부 미공개공개된 경제적 이해관계 없음
작성자가 직접 공개한 정보이며 투자 성과나 자격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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